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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이 있어도 혈당이 높아질 수 있고, 필요한 만큼 만들어지지 않아 혈당이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인슐린 저항성과 부족은 이 차이를 설명하는 말입니다. 하나는 몸의 반응을, 다른 하나는 인슐린의 양을 뜻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인슐린 저항성은 몸이 인슐린에 잘 반응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인슐린은 췌장에서 만드는 호르몬으로, 혈액 속 포도당이 세포로 들어가 에너지로 쓰이도록 돕습니다. 인슐린이 만들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이 그 작용에 제대로 반응하는지도 중요합니다. 필요한 일을 하도록 신호를 보내더라도 몸에서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하면 혈당 조절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몸이 인슐린의 작용에 잘 반응하지 않는 상태를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합니다. 인슐린이 아예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인슐린이 만들어지고 있어도 몸에서 그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저항성이 있다는 말을 곧바로 인슐린 분비량이 적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앞선 글에서는 공복혈당과 식후혈당, 당화혈색소가 각각 무엇을 보여주는지 살펴봤습니다. 이 검사들은 혈당 상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혈당을 확인했다고 해서 몸이 인슐린에 반응하는 정도와 인슐린을 만드는 양까지 각각 확인한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혈당이 높다는 결과를 보더라도 그 숫자 하나만으로 저항성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당뇨병 전단계에 해당하는지 살펴보는 검사와 인슐린 저항성을 평가하는 일도 같은 의미는 아닙니다. 검사 결과가 알려주는 내용과 그 결과의 원인을 구분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용어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우선 인슐린 저항성을 ‘몸의 반응이 약해진 상태’로 기억해 보세요. 인슐린이 얼마나 나오는지와는 다른 질문입니다. 이렇게 나누어 생각하면 인슐린이 있는데도 혈당이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을 조금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인슐린 부족은 필요한 양을 충분히 만들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인슐린 부족은 몸에 필요한 만큼 인슐린을 만들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인슐린이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어느 정도 만들어져도 필요한 양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순히 인슐린이 있는지 없는지만 보기보다 몸이 요구하는 양을 채우고 있는지를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제1형 당뇨병에서는 면역계가 인슐린을 만드는 세포를 파괴하면서 인슐린이 거의 또는 전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앞서 두 유형의 차이를 다룬 글에서 살펴봤듯이, 제2형에서도 인슐린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슐린 치료를 받는다는 사실만으로 유형을 구분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저는 제2형 당뇨병 진단 뒤 약물치료를 시작하고 혈당을 확인하면서도, 처음에는 숫자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이후 혈당을 연속해서 확인하는 기기를 사용하면서 변화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지난 글에서 측정 시각과 검사 기간을 알아봤다면, 이번에는 그 변화에 인슐린이 어떻게 관련되는지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제게 익숙했던 것은 측정기에 나타난 숫자였습니다. 하지만 그 숫자가 인슐린의 양이나 몸의 반응을 직접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구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혈당을 확인하는 기기를 사용하는 일과, 몸에서 인슐린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하는 일은 서로 연결되면서도 다른 부분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처음의 막막함도 이런 차이를 잘 몰랐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혈당이 높다’는 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떤 설명이 몸의 반응에 관한 것이고, 어떤 설명이 분비량에 관한 것인지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낯선 용어를 하나씩 이해하는 과정이 제 상태를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저항성과 부족은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인슐린 저항성과 부족은 서로 반대되는 말이 아닙니다. 몸이 인슐린에 잘 반응하지 않으면서, 필요한 양도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인슐린을 받아들이는 몸의 반응이고 다른 하나는 공급되는 양의 문제이므로, 두 가지가 함께 있다는 설명도 가능합니다.
제2형 당뇨병을 이해할 때는 특히 이 점이 중요합니다. ‘제1형은 인슐린 부족, 제2형은 인슐린 저항성’이라고만 외우면 제2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분비 부족을 놓치기 쉽습니다. 두 유형의 차이를 알아두되, 제2형에서는 인슐린의 양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진단명이나 치료 방법 하나만으로 몸의 상태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제2형이라는 이름은 같아도 필요한 치료는 다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어떤 약이나 기기를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듣더라도, 그 사람의 관리 방법을 그대로 자신의 기준으로 삼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앞선 경험에서 저는 약물과 측정 방식이 바뀐 뒤 혈당을 관리하는 일이 나아졌다고 느꼈습니다. 다만 그런 느낌만으로 인슐린 저항성이 줄었거나 분비량이 늘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생활에서 느끼는 변화와 검사로 확인해야 하는 몸의 상태는 구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인슐린에 관한 설명을 들을 때는 두 가지를 떠올려 보세요. 몸이 인슐린에 잘 반응하는지, 필요한 양을 충분히 만드는지입니다. 자신의 경우에는 어떤 문제가 관련되는지 궁금하다면 진료에서 물어보셔도 좋습니다. 용어를 한 번에 외우기보다 뜻을 나누어 이해하면, 혈당과 치료에 관한 설명도 조금씩 더 분명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